진묘수.

 

진묘수는 무령왕릉을 수호한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을까?

 

돌아보면 지나온 길에 참 많은 마을을 빚었다. 다양한 모양의 집들이 옹기종기 좁은 길 위에 서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사귀고 또 그들에게 삶을 배웠다. 그 사람들을 닮은 마을을 짓고 그리워하기도 했고 짓다가 말고 다 부수기도하고, 가끔은 빚다말고 조용히 멀어져왔다. 그 풍경은 마음에 선한데, 그 과정 속 내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마을마다 깊은 우물을 만들고 그 안에 나의 얼굴을 맡겨 두었나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해냈는데 그 중에서도 빨간통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선언과 수련의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다. 일년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이고, 라바콘이 그 중심에 있었다. 작업실로 출근할 때 차를 가져간다. 작업실 근처에는 3개의 발렛 주차 업체가 그 주변 일대를 나누어 사용하는데, 매번 주차자리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 날도 발렛 업체마다 사용하는 라바콘의 색이 달라, 그 모든 라바콘을 피해 주차 자리를 찾고 있었다.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욱하고 서러웠다. 그리고 그날로 빨간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것이 2019년 5월 15일이었다. 나의 선택과 움직임을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존재들로부터 나를 해방시겠다고 다짐했다. 라바콘의 이름을 빼앗아 빨간통이라 부르며 1년을 빨간통 프로젝트 안에 살았다. 그 1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금기와 힘의 상징인 라바콘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상생에 관한 관점이 바뀌었다. 이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을 담아 나만의 개인전을 꾸리는 일로 프로젝트를 갈무리했다.

 

해서 진묘수를 빚어 그때의 마음을 지키도록 했다. 진묘수의 모습에 관해 고민했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모습과는 다르지만, 누구든 그 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힘썼다. 뜨거운 열로 다듬어진 자리와 하얗고 흔한 종이를 덧댄 자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 유명한 진묘수와 닮은 내 숨과 속도를 꺼내어 두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빨간통 프로젝트를 통해 지키고 싶었던 나의 신념에 관한 존중이고, 모든 교류 속에서도 백제다움을 지켜낸 갱위강국의 정신을 이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도 양평읍 오빈리에 내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의 보금자리가 있다. 사부작사부작 이음창작소라는 이름은 가졌는데, 그 곳에서 진묘수를 빚었다. 이음창작소 마당에서 진묘수를 빚고 있으면 이웃 어르신들께서 뭘 만드는 거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한참 무령왕릉을 소개했다. 어떤 어르신은 돼지를 닮았다고 하셨고, 어떤 어르신께서는 거북이라고 하셨다. 무령왕과 무령왕비를 수호한 늠름하고 미더운 상상의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해 전했다. 그리고 이음창작소에서 함께 활동하는 장주환, 김성우 작가와 도연희 기획자가 진묘수의 마감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