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수 작가의 소리작업 - 타임캡슐

 

우리는 <예술가의 전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다. 우리를 연결한 김해리 기획자가 창작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우리를 초대했다. 우리는 예술은 무엇이기에 왜 예술을 하는가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대화가 곧 [ 우리는 왜 예술을 할까 ]라는 독립출판물로 세상에 나온다. 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수다하면서 나는 펴졌다. 구겨져 있는지도 몰랐던 나의 마음 구석구석이, 쫙쫙 펴졌다.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던 고민의 덩어리들이 친구들의 비슷한 모양과 만나 아주 신기하고 요상한 단단함으로 물결쳤고, 치유받는 경험을 했다. 정혜수 작가는 특유의 포근함과 진솔함으로 늘 나를 감동시킨다. 지금은 독일에서 소리로 다양한 작업을 펼쳐내고 있다.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내는 그녀의 창작과정이 나는 참 좋다.

 

나는 노션 페이지 한 장에 콜렉티브 도해치의 여정을 정리해 보냈다. 곧 베를린에서 파일을 보내왔는데 그간 우리의 여정을 내내 함께한 사람처럼 전시장에 꼭 맞는 소리를 만들어 보내주었다. 타임캡슐과 진묘수, 또 하나의 타임캡슐이라는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그녀의 작업을 듣고 있으면 배수로 공사를 통해 우연히 발굴된 무령왕릉이 눈앞에 그려진다. 무령왕릉은 그 긴 세월 백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한 번도 도굴되지 않고 그 귀한 이야기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진묘수의 신묘한 능력 덕분이지 않았을까. 나는 혜수의 소리를 내 안에 담으며 지금 우리의 여정이 또 하나의 타임캡슐이 되어 줄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