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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인자설소 仁慈說所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는 광암 이벽 기념관에 설치된 장비치의 창작물들로 구성된 하나의 현대 미술작품입니다. 광암 이벽의 저서로 알려졌으나 현존하지 않는 숭례의설(崇禮義說)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고 관람객에게 광암 이벽의 생애와 업적을 출발점으로 삼은 사유의 예술 경험을 제공하도록 제작했습니다.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를 체험하고 경험한 모든 이가 그동안 살아온 여정 속에서 지켜온 궁극의 염원에 관하여 사유할 수 있길 희망하면서 공간을 조성하였습다.

 

천주학을 교리로서 일상에 적용, 실천했던 광암 이벽 선생과 초기 가톨릭교회 신자들의 신념, 가치관, 그들이 꿈꿨을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하며 제작한 조형물들 곁에 광암 이벽 유적지를 둘러싼 산새를 닮은 설치물을 두고 다양한 질문카드를 비치하였습니다. 장비치는 이 질문지에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를 체험하는 일인 동시에 스스로가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로서 확장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편히 앉아 깊은 사유의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숭인자설소 구성작 소개

숭인자설소는 다채로운 사람들의 고유한 생각, 삶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은 각각의 의자에 관한 간략한 설명으로 이 자리들을 만든이의 의도를 전합니다. 편히 앉아 자유하게 나만의 생각을 키워내시길 바랍니다. 의자의 위치는 바꾸지 마시고, 그리 배치된 이유를 상상하며 즐거운 사유의 유희 시간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창작노트

광암 이벽 유적지 개관 기념전시 

"광암 이벽 그리고 오늘"

2023.05.20. - 2024.05.20.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                             장비치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난다. 그 어떤 이야기도 그 경중을 가늠할 길이 없으니 그저 그 행간을 짐작할 뿐이다. 그저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만나고 그 깊은 곳에 담긴 그들만의 염원을 짐작하며 그것이 이루어지길 희망해 줄 뿐이다. 나는 이야기마다 그 이야기에 관련된 이들의 어떤 염원들이 만나게 된 것인지를 상상하는데, 때로는 한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 속 여러 염원들을 총괄하는 고유하고 유일한 궁극의 염원이 사람마다 하나씩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 궁극의 염원을 통로로 세상과 소통하는 건 아닐까. 한 사람을 기억하는 여러 사람의 다른 기록과 같은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다른 행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키워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이어내 보면 광암 이벽이 천주학을 교리로서 삶에 적용시키고 일상을 바꾸는 방식으로 세상 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가 낯설지 않다는 발견이 있다. 일상의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고, 예술을 해체함으로써 예술을 재건하고자 했던 이미지주의 바우하우스, 상황주의 인터내셔널과 같은 예술 활동가들이 떠오른다. 이런 발견, 생각의 흐름은 다시금 나의 궁극 염원이 무언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삶 속에서 나름의 간절한 염원으로 다채로운 사연을 만드는 한편 집단적으로 동서고금을 초월하며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상상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 이상에 기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던 건 아닐까.

 

나는 광암 이벽의 사연을 전달하는 기념전시관 맞은편에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를 세운다. 인본을 높이하고 사랑을 설파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관람객과 함께 이 공감에 가만히 머물며 지나온 삶의 길을 돌아보고, 그 길 위에 핀 염원의 빛깔을 관통하는 궁극의 염원을 발견하는 행위를 함께하고 안내하고자 한다. 나는 이와 같은 움직임을 멈추고 진행하는 사유의 행위가 나를 객관적으로 알게 하는 것을 넘어 타인을 온전히 수용하여 상생할 수 있는 정서적 기반을 마련하는 수련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수련을 통해 우리가 나의 지금을 직면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품어 안으며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할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이 자리의 이름은 현존하지는 않지만 광암 이벽이 썼던 것으로 전해지는 숭례의설(崇禮義說)에 기대어 지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숭인자설소(崇仁慈說所)라는 다양한 사유의 자리를 마련한다. 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닮은 다채로운 사유의 자리들이 공간을 채운다. 이 자리에서 관람객은 광암 이벽의 사연을 되새기며 자신의 사연, 그리고 그 사연 속 궁극의 염원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유의 자리를 둘러싼 '함께보기' 설치물을 세웠다. 광암 이벽 기념관을 둘러싼 산새의 모양을 닮은 이 설치물에 관람객의 다양한 필체, 생각의 흔적과 다채로운 시도들이 모이길 희망한다. 이 다양한 사연들,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그동안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던 사람과 사건을 펼쳐 다시보길 희망한다. 그 안에서 나만의 하나, 간절한 궁극의 염원을 발견하고 스스로가 일상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깊이 사유하게 된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 체험을 마친 관람객 스스로가 일상으로 돌아가 그 어디에 있든 인본을 높이고 사랑을 설파하는 소(site)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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